단풍이 절정인 시기에 단풍 명소 여행을 떠나면 가다가 지치는 경우가 많았더랬다.
몇 년전에는 내장산 단풍보러 새벽에 용산역에서 KTX타고 내려간 적이 있었는데 정작 정읍역에서 내장산까지 차가 막혀서 단풍구경하기 전에 지쳤던 경험도 있다.
단풍이 절정인 시기에 맞춰서 제 업무도 넘넘 바쁜 시기라 사실 단풍여행을 가는 것도 큰 결심을 해야 가능한 멀리 가는 단풍여행은 꿈도 못꾸고 너무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단풍을 구경하고 싶으면 주로 제천이나 원주로 떠나곤 했다.
가을 단풍여행으로 선택한 제천....
단풍이 물든 리솜 포레스트가 너무나도 멋지기도 하고.. 편하기도 해서...
정신줄 놓칠만큼 정신없이 바빴던 나도 좀 쉬어야하잖아.
리솜 포레스트 체크인하고 점심먹으러 나왔다가 들른 배론 성지
단풍 구경하기 위해 찾아간 건 아닌데 배론 성지의 단풍이 꽤 예쁘길래 한참을 둘러보고 오게 되었다.
나는 종교는 없지만 다양한 종교에 관심은 많아서 절, 사원 탐방 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유명 교회, 성당 둘러보는 것도 좋아한다.
가장 마음에 끌리는 종교는 천주교라 아이들 좀 더 키우고 나면 성당에 다닐 생각인데 전국 천주교 성지를 둘러보고 싶은 생각도 있기에 제천 단풍여행에서 배론 성지를 가장 먼저 방문하게 되었다.
:: 배론 성지 소개 ::
배론 성지는 천주교 박해시대의 교우촌으로 조선 후기 천주교도 황사영(1775∼1801)이 머무르며 백서(帛書)를 썼던 토굴과 최양업(1821∼1861) 신부의 묘가 있으며, 성 요셉 신학교가 세워진 곳이다. ‘배론’은 이 곳의 지형이 배 밑바닥과 같은 모양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가을에 오면 더 멋지다는 소문만 듣고 왔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멋진 풍경에 감탄사가 먼저 나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작은 계곡물 사이에 놓인 양업교를 지나 드넓은 잔디 광장이 펼쳐진다.
:: 묵주의 기도(로사리오)길 ::
잔디밭 한 켠에 있는 트랙 길이 있다. 묵주의 기도 길이라 이름이 붙은 이 길은 순교자들을 따라 구세주의 어머니 성모님과 함께 구원의 신비를 묵상하며 걸어보도록 마련해 놓은 길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사도신경을 바치며 환희의 신비를 시작합니다.
회양목 한구루 마다 성모송을 바칩니다.
등산에 오르면 고통의 신비를 묵상하고
내려가면서 영광의 신비를 묵상합니다. "
기도하며 걷는 발자국마다 은총 가득합니다.
아이들은 끝까지 가보겠다고 도전했다.
근데 걸어보니 만만치가 않음을 느꼈겠지. 처음엔 묵상하듯 천천히 걸어가다가 점점 걸음이 빨라졌다.
그래도 도착지점까지 끝까지 걸어온 1호...
막둥이는 가로지르기 반칙!!
막둥이는 넘치는 에너지를 마구마구 발산한다.
배론 성지에서 맞는 10월의 어느 날...
만추의 낭만과 여유로움을 동시에 느껴본다.
일에 치어 힘들었던 2주일...
일상에서 벗어나 간만에 누려보는 여유가 정말 행복하다.
남자들은 열심히 산책하고
여자 둘은 사진 찍느라 한참 뒤처져 있었다.
남자들은 빨리 앞으로 가버리고 여자들은 사진찍고 뒤따라 뛰어가는... 좀 기다려주면 안되는 걸까?
:: 성경 산책길 ::
예수 그리스도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를 조각작품으로 만들어놓았더라.
성경의 내용을 알면 더 잘 보일텐데... 전세계인이 가장 많이 읽는 베스트셀러인 성경을 아직 읽지 않았다.
기독교인이 아니다보니... 시간내서 읽기가 참 힘이 든다. 성경의 내용을 모르니 이해가 잘 안되었던 부분.
스페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외벽도 성경의 내용을 조각작품으로 장식해놓았는데... 여행 계획이 있으면 꼭 성경을 읽기를 권하고 싶다.
배론 성지는 숲길도 참 예뻐서 산책하기도 좋았다.
성모 마리아 상 앞에서..
멋진 침엽수 길에서 내가 사랑하는 네 사람의 사진도 남겼다.
:: 최양업 신부 조각공원 ::
최양업 신부의 일생이 벽에 조각되어 있다.
최양업 신부의 동상.
최양업 신부는 조선 천주교사상 두번째로 신부가 된 분으로 이 곳에서 1861년 순교하셨다.
배론 성지의 뒷산에 그의 묘가 있다고 한다.
남매들... 최양업 신부의 일대기를 천천히 읽어보다가 마카오로 신학공부하러 갔다는 글을 보는 순간 마카오 여행 때 다녀왔던 "성 안토니오 성당"을 떠올렸다.
마카오의 성 안토니오 성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가 세례를 받고 신학 공부를 했던 곳으로 그 곳에 갓을 쓴 김대건 신부의 동상이 전시되어 있다.
제천 단풍 명소 배론 성지의 모습...
어딜 찍어도 그림같은 풍경을 담을 수 있었다.
순교자의 집은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는 곳이라고 한다.
:: 순교자 황사영 ::
1801년(순조 1) 신유박해로 권철신, 이가환, 이승훈, 정약종, 주문모 등이 처형되었다. 이 때 박해를 피해 많은 천주교도가 배론 산골에 숨어 살았다고 하는데 황사영도 배론에 숨어 있었다. 그는 조선 교회의 박해 사실을 자세히 기록하고 신앙의 자유와 교회의 재건 방안을 호소하는 백서를 써서 중국에 가는 일행을 따라가 베이징 주교에게 전달하려다 발각되었다. 이 밀서를 황사영 백서 라고 한다.
황사영이 은신해서 백서를 기술했던 토굴을 재현해놓았다.
:: 성 요셉 신학교 ::
1856년(철종 7)에 프랑스 신부들이 배론 성지에 세운 한국 최초의 신학교가 성 요셉 신학교이다. 이 곳에서 성직자를 양성하였으나, 1866년 병인박해로 신부들이 처형당하고 신학교는 폐쇄되었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입니다. - 요한복음 4장 14절 -
이 곳에서 쓰러져간 순교자들의 숭고한 믿음이 느껴져 보는 내내 숙연해졌다.
제천 단풍 여행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배론 성지. 단풍을 보는 것도 좋았고 믿음의 정신을 느낄 수 있어 더 좋았던 곳이다.
제천 여행 가볼만 한 곳으로 적극 추천!!
:: 배론 성지 위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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