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주말..
딸은 시험 기간이라고 기숙사에 잔류해 시험 공부하겠다고 집에 오지 않았고,
남편은 골프치러 나가고...
주말에 아들만 남아서 그저 적적한 마음..
조용한 곳에서 잠시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막둥이를 데리고 도착한 곳이 바로 강화도 고려궁지(高麗宮址).
화려한 건물도, 북적이는 인파도 없었지만 그 곳엔 천천히 걸으며 역사 속 시간과 대화할 수 있는 여백이 남아 있었습니다.
대몽항쟁을 위한 도읍 천도
고려가 대몽항쟁을 위해 고종 19년(1232)에 도읍을 개성에서 강화로 옮긴 후 궁궐을 건립하고 39년간 사용하였던 자리로 몽골과 화친하여 개성으로 환도(1270)할 때 몽골의 요구로 궁궐과 성곽 등을 모두 파괴하여 궁궐의 모습은 볼 수 없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왕이 행차 시에 머무는 행궁 외에도 유수부 동헌, 이방청, 외규장각 등을 건립하였으나 이 또한 병자호란과 병인양요 때 대부분 소실 되었습니다.
현재는 유수부 동헌과 이방청, 외규장각 등이 2003년에 복원되어 남아 있습니다.
과거의 화려한 모습은 소실되어 볼 수 없지만 시간의 흔적이 스며든 공간이란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역사의 자취를 감상해봅니다.
왼쪽 작게 보이는 곳이 외규장각, 오른쪽이 유수부 동헌 입니다.
강화도 벚꽃 명소 - 고려궁지 벚꽃.
봄꽃이 화려하게 수놓을 준비를 하고 있는 고려궁지.
지금은 벚꽃이 곳곳에 예쁘게 피었더라구요.
고려궁지 왼쪽에는 강화도 벚꽃길이 조성되어 있어서 봄나들이 장소로 좋은 곳인 것 같아요.
위도는 비슷해도 섬지역이라 서울보다는 1~2주일 만개 시기가 늦은 강화도 벚꽃.
윤중로 벚꽃보다 늦은 4월 15일 경에 벚꽃이 활짝 피었어요.
비가 와서 떨어지기 시작한 고려궁지 벚꽃.
벚꽃 비와 그냥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막둥이.
벚꽃 나들이는 20년 만인 것 같네요. 벚꽃 필 무렵에는 늘 바빴고 최근 4년은 태국에서 살았던 터라 벚꽃 구경을 못했었지요.
이방청
실무를 처리하던 중간 청사.
고려궁지에 들어와서 가장 왼쪽 편에 보이는 곳은 이방청입니다.
과거 사무를 담당하던 관리들이 머물며 업무를 처리하던 곳이예요.
단순한 한옥 구조지만, 당시 관리들의 분주했던 기색이 건물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이방청의 정문은 잠겨져 있어 정문으로는 출입이 안되고요.
뒷문으로 들어가 둘러볼 수 있게 개방되어 있습니다.
이방청을 나와 동헌 쪽으로 걸어가는 길..
비가 오지 않았으면 더 예쁘게 감상할 수 있을 벚꽃일텐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20년 만의 벚꽃 나들이인데요..
강화 동종
강화 동종은 강화산성 성문을 열고 닫을 때 쳤던 종으로 강화산성 남문에 걸려있던 종이라고 합니다.
강화산성 남문에 걸려 있던 동종을 1977년에 이 곳으로 이전했다가 1999년에 균열이 생겨 더 이상 타종하지 못하게 되어 복제하여 설치해놓았다고 해요. (원래의 종은 강화역사박물관으로 옮겨져 전시)
하루 이틀 더 일찍 왔으면 가장 멋진 벚꽃을 볼 수 있었을텐데..
내년을 기약해야겠어요. 짧기에 더 아름다운
벚꽃비와 함께한 아들과 엄마의 발샷.
외규장각
외규장각은 왕실관련 도서를 보관할 목적으로 1782년 정조의 명에 의해 강화에 설치되었습니다. 왕립 도서관 역할을 하였으며 왕실과 국가 주요 행사의 내용을 정리한 의궤 등의 서적과 왕실 물품을 보관하였습니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이 강화도를 습격하면서 외규장각과 여러 건물들을 파괴하여 서적을 약탈 하였습니다.
지금 현재 건물은 2003년에 복원되었다고 해요.
외규장각이 강화도 행국에 건립된 이유는 강화도가 국방상 요충지이자 방어 거점으로 중요 기록물을 보관하기에 적절한 곳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라는데요. 창덕궁 내 규장각에 보관해 왔던 어보, 교명, 어책, 어필 등 왕실 물품과 왕의 열람용으로 제작된 어람용 의궤가 외규장각에 옮겨 집중적으로 수장되어 철종 연간에 파악된 외규장각 소장 도서는 약 6천권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고려궁지에서 가장 안쪽,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외규장각.
외규장각에서 내려다 본 전체의 전경이 참 예쁘더라구요.
병인양요에 참전했던 프랑스 해군 쥐베르가 남긴 스케치라고 합니다.
조선 기록 문화의 꽃, 의궤..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 갔던 조선 의궤는 2011년에 영구임대 형식으로 반환되었습니다.
유수부 동헌
조선 시대 강화의 행정 중심
조선 시대 강화의 행정 책임자인 유수가 업무를 보던 중심 건물입니다.
동헌은 지방 관찰사 또는 수령이 정사를 보던 곳으로 복원된 건물은 단아한 한옥 구조와 낮은 처마 그리고 그 뒤로 이어진 마당과 돌담길이 어우러져 마치 작은 사극 세트장을 걷는 듯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이 곳의 역사와 함께 했을 나무.
동헌에서 바라본 고려궁지의 전경
사극 세트장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던 동헌의 모습입니다.
강화도 고려궁지와 그 안의 유수부 동헌, 이방청, 외규장각을 걷다 보면 그냥 보는 여행이 아니라 마음으로 걷는 여행이 된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사라졌기에 더욱 아쉽고,
남아 있기에 더욱 소중한 시간의 자취들.
강화도의 중심에서 고려와 조선, 그리고 지금의 나를 동시에 만날 수 있었던 아주 특별한 하루였습니다.
고려궁지 관람 정보
- 위치: 인천 강화군 강화읍 북문길 42
- 입장료: 성인 1,200원, 학생 900원
- 관람시간 : 매일 09:00~18:00
- 주차 : 가능
- 주변 볼거리: 강화산성, 용흥궁, 외규장각도서 전시관, 조양방직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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